지리산

[스크랩] 왕시루봉, 지리산

양판승 2013. 3. 26. 06:37

 

 

제목 : 이보다 더 좋은 생일은 없을거야?!”,왕시루봉

 

 

: 2013220() 08:05-16:15(8시간 10)

 

: 토지면사무소 - 왕시루봉 - 봉애산 - 한수교(송정마을 입구)

 

누가 : 혜봉 아우와 나(2)

 

 

 

 

 

끄르면서

 

진흙밭에서 연꽃이 피어오르듯이

마음을 곧추 세우고 싶다.

 

질펀한 꿈속에 사닥다리를 놓고

오르내리며

새벽이슬 쪼아 먹는 풀잎의 부리처럼 청명(淸明)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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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둘레길 이정표를 가로 질러

우측 산길을 접어드니

개인 사유지팻말이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마냥 여기저기 걸려 있네.

그냥 곁으로 올랐는데 그물망에서 철조망으로 바뀌어

스산한 느낌이 다가온다. 길은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희미한 산길을 찾아 한 시간 정도 헤매다가

제길을 만났다. 삶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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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냉기와 봄의 따스함이

결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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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강물에도 봄기운이 출렁거리겠지.

구례 들녘에도 봄이 몰래 침략하는 병정들을 몰고 기습공격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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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 같은 햇살이

나무 사이로 지나간다.

 

 

햇살이 쏟아지는 산길에서

먼저 간 친구가 불현 듯 떠오른다.

사는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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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의 백운산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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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봄을 싫어하는 곳에는 겨울의 잔설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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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뚜벅뚜벅 산길을 걷는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을 벗삼아

그 곁에 그림자가 되어 준 아우가

오늘따라 별나게도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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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틀린 표지석은 '이 곳이 아니라 저 멀리 뒤에 보이는 불룩 솟아오른 곳이야!'라고 말한 듯하다.]

 

 

오늘은 여자 대신에

남자 두 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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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로 방수 처리를 하고

심지어는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는 건물 내부를

아우가 살짝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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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

자화상을 거울 속에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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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시루봉에서 천왕봉 주변의 주능선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아득해서

가을 들판의 볏단이 차곡차곡 쌓이듯

그리움만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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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표지석, 표지기 하나 용납하지 않는 실제의 왕시루봉 산정에는 하얀 눈만이 쌓여 있을 뿐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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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남쪽 풍광이 가감없이 펼쳐지는 전망대

 

저것 좀 봐

부드러운 산 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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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시루봉에서 잠시 내려서니 왼쪽으로

봉애산 가는 이정표가 나무결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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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하늘을 나는 새들은 길을 만들지 않는데

사람이 다니는 곳에는 이토록 '잔인한' 길들이 널브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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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촛대봉이 보이는 바위 난간에 기대어

점심상을 차린다(12:00 ~ 13:15).

 

미역국 대신에 튼실한 전복으로

생일케크 대신에 智異山을 배경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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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서도

아직까지 생명력을 유지한

바다의 보물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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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뜨거운 '떡라면'과 함께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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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먹은 홑청 같은 봄햇살이

땀에 젖은 두 산꾼들의 영혼을 깨우려고

자박자박 걸어 들어와

송사리떼처럼 출렁거린다.

 

홀로 마가목주를 홀짝대면서

   "천천히 갑시다."

   "그러세. 급할 일도 없는데, 남는 것이 시간 밖에 없는데......"

(백수 중에서도 '상()'백수급에 해당되는 넋두리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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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같은 봄햇살이 우리가 걷는 봉애산능선을

쪼고 쫀다.

 

암릉 구간을 내려서는 것이 힘겹다

작은 석굴에 몸을 끼여 보려니

그것마저도 힘들다.

  

   “왜 늦었어?”

   “저는 배낭을 벗고 석굴에 들어가 봤어요.

     절벽이던데요.”

 

 

눈 쌓인 시절에 이 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위험하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부지런한 다람쥐 한 마리가

벌써

봄기운에 몸을 헹군다.

마음도 잠시 거기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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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애산 정상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산불감시카메라와

어느 조상님의 무덤만이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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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애산 산정에서 내려온 길을 되돌아본다.]

 

 

봉애산 정상을 지나 둘레길을 걷다 보니

섬진강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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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가 걷는 이 길이 둘레길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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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마을과 기탄마을]

 

 

우회하는 둘레길을 버리고 직진하니

늙은 길이 내 발밑에 제 몸을 기댄다

지난 가을의 낙엽 속으로 발이 파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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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변의 '한수교'에서 안한수내로 향하는

시멘트길이 펼쳐지고 그 뒤로 봉애산 능선과 왕시루봉 능선이

안한수내마을을 포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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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푸른 솔숲을 지나 은빛의 강에 이르렀다

섬진강은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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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마을 표지석 우측 다리가 바로 '한수교'이다.]

 

한수교 옆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니

구례군내버스가 달려온다.

 

 

 

 

 

 

 

저녁 식탁에서 상을 물릴 무렵

   “오늘은 생일이니까

   설거지는 면제해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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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면서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 물리지 않는 智異山

 

걸어도 걸어도 싫지 않는 지리산길

 

언제나 나는 이 쾌락(快樂)’을 끊을까

출처 : 순중고32·25회
글쓴이 : 지현웅(답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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