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스크랩] 청학연못(지리산 해발고도 1,700m에 위치)

양판승 2013. 3. 26. 06:37

제목 : 겨우내 핀 얼음꽃, 청학연못

 

: 2013213() 10:00 - 15:05

                    214() 05:30 - 12:35 (총 산행시간 12시간 10)

 

: 백무동 - 장터목 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1) - 촛대봉 - 청학연못 - 세석대피소 - 한신계곡 - 백무동

 

누가 : 나 홀로

 

 

 

 

 

끄르면서

 

스스로를 견고한 고독으로 채우고자

智異山의 돋을새김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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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하얀 옷을 두껍게 입고

칼바람 휘날리는 혹독한 겨울맞이를 기대했는데,

가슴에 와 부서지는 싱그러운 봄빛들

산길로 목청 돋우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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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샘에서 처음 만난 산꾼들]

 

 

홀로 산을 걷노라면 산향(山香)으로 머리를 는 동안

마음 가득 튼실한 빛이 오르면서

어느덧 나는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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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너머에 덕유산의 산너울도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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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의 발자국 소리 듣고 자라는

겨울나무에 햇살이 보금자리를 튼다

새순을 움틔우려고 몸부림치는 어느 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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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의 바래봉도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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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스해서 이까?  피곤해서 그럴까?]

 

 

제석봉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내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길처럼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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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석봉 자락에 꿋꿋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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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서 있는 오늘, 나는

한 아름 바다를 안은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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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눈도 몸살을 앓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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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 붙은 칠선계곡의 적막함에 평화로움이 넘실거린다.]

 

 

 

천왕봉에 올라서서,

쪽빛 하늘로

때 낀 마음의 창을 쓱쓱 문지른다.

 

뽀얗게 먼지 낀 창 입김 불어 닦아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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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동행한 서울 산꾼의 손놀림] 

 

 

어둠이 나를 핥는다

 

나는 늘 순도 높은 어둠을 그리워했다

어둠을 이기며 스스로 빛나는 것들을 동경했다

바로 오늘 이 순간, 여기에서 만났다.

 

사과나무에 황금 사과 열려있듯

새벽녘

빈 가지에 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길에 나서면 길은 언제나 나를 먼저 가로질러간다

어둠의 눈길에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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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을 함께 오르고 헤어진다(출발한 지 65분 만에).

청학연못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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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맞이를 떠났던 수많은 무리들이 추위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숫된 아침 파도 한 움큼을

세석평전에 모셔온다

 

청학연못으로 향하는 길은

참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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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연못으로 향하던 갈림길에

누군가의 배려가 숨쉰다.]

 

청학연못에서

마음이 먼 산을 넘어

무등산, 백아산까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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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너울 너머에 백아산(화순), 그 너머에 무등산(광주)이 섬처럼 떠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깃들 수 있도록

마음을 유리알처럼 잘 닦아 놓고 싶다.’

(청학연못 위에서 홀로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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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사용했던 담요를 헬기로 운송하여 세탁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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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의 형체가 가깝게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왼쪽 봉우리가 억불봉..........

저 산자락의 모퉁이에 친구도 잠들어 있겠지.]

 

 

뼈가 허연

발자국처럼

폭포는 꽁꽁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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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장맛 못잖게

오래 묵은 산길도 맛있다.

팽팽한 긴장을 맛보는 빙판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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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에서 출발한 지 약 1.2km 떨어진 가장 위험한 빙판길]

 

 

두툼한 얼음 옷을 껴입은 계곡의 물길이

그리운 내 꿈길마냥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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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과 김밥으로 요기를 하는 일행을 만나서

   "올라 가십니까?"

   "아뇨."

   "그러면, 세석에서 내려 오셨습니까?"

   "아니요. 여기가 목적지입니다."

   "ㅎㅎㅎ.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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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를 향해 힘껏 오름을 하는

젊은 산꾼들에게

   "빙판길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라는 당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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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의 위력에 포위된 가내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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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뚱아리였던 얼음덩이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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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계곡의 명물로 새롭게 탄생한 다리의 웅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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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가 무더기로 피어 햇살에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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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氷山)이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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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여울 속에 조약돌 드러나듯

봄기운이 넘쳐나면 이 계곡도 제 모습을 드러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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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면서

 

누구도 사랑의 모두를 꺼내 보여주지 않듯

내가 본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래도

너무 많은 아름다운 풍경에

내 눈이 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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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순중고32·25회
글쓴이 : 지현웅(답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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