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겨우내 핀 얼음꽃, 청학연못
● 때 : 2013년 2월 13일(수) 10:00 - 15:05
2월 14일(목) 05:30 - 12:35 (총 산행시간 12시간 10분)
● 곳 : 백무동 - 장터목 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1박) - 촛대봉 - 청학연못 - 세석대피소 - 한신계곡 - 백무동
● 누가 : 나 홀로
● 끄르면서 ●
스스로를 견고한 고독으로 채우고자
智異山의 돋을새김
오늘도 걷는다.
● 걸으면서 ●
하얀 옷을 두껍게 입고
칼바람 휘날리는 혹독한 겨울맞이를 기대했는데,
가슴에 와 부서지는 싱그러운 봄빛들
산길로 목청 돋우며 오른다.
[참샘에서 처음 만난 산꾼들]
홀로 산을 걷노라면 산향(山香)으로 머리를 ‘씻’는 동안
마음 가득 튼실한 빛이 오르면서
어느덧 나는 새로워진다.
[저 산 너머에 덕유산의 산너울도 출렁거린다]
산꾼의 발자국 소리 듣고 자라는
겨울나무에 햇살이 보금자리를 튼다
새순을 움틔우려고 몸부림치는 어느 날 오고 싶다.
[서북능선의 바래봉도 하얗다.]
[햇살이 따스해서 이럴까? 피곤해서 그럴까?]
제석봉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내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길처럼 정겹다.
[오늘도 제석봉 자락에 꿋꿋하게 서 있다.]
智異山에
서 있는 오늘, 나는
한 아름 바다를 안은 기쁨이다.
[바람결에 눈도 몸살을 앓았나 보다.]
[꽁꽁 얼어 붙은 칠선계곡의 적막함에 평화로움이 넘실거린다.]
천왕봉에 올라서서,
쪽빛 하늘로
때 낀 마음의 창을 쓱쓱 문지른다.
뽀얗게 먼지 낀 창 입김 불어 닦아내듯
[대피소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동행한 서울 산꾼의 손놀림]
어둠이 나를 핥는다
나는 늘 순도 높은 어둠을 그리워했다
어둠을 이기며 스스로 빛나는 것들을 동경했다
바로 오늘 이 순간, 여기에서 만났다.
사과나무에 황금 사과 열려있듯
새벽녘
빈 가지에 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길에 나서면 길은 언제나 나를 먼저 가로질러간다
어둠의 눈길에서조차
촛대봉을 함께 오르고 헤어진다(출발한 지 65분 만에).
청학연못을 찾아서
[일출맞이를 떠났던 수많은 무리들이 추위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숫된 아침 파도 한 움큼을
세석평전에 모셔온다
청학연못으로 향하는 길은
참 조용하다.
[청학연못으로 향하던 갈림길에
누군가의 배려가 숨쉰다.]
청학연못에서
마음이 먼 산을 넘어
무등산, 백아산까지 닿는다.
[지리산 너울 너머에 백아산(화순), 그 너머에 무등산(광주)이 섬처럼 떠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깃들 수 있도록
마음을 유리알처럼 잘 닦아 놓고 싶다.’
(청학연못 위에서 홀로 다짐을 한다.)
[겨우내 사용했던 담요를 헬기로 운송하여 세탁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
[백운산의 형체가 가깝게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왼쪽 봉우리가 억불봉..........
저 산자락의 모퉁이에 친구도 잠들어 있겠지.]
뼈가 허연
발자국처럼
폭포는 꽁꽁 얼었다.
오래 묵은 장맛 못잖게
오래 묵은 산길도 맛있다.
팽팽한 긴장을 맛보는 빙판길에서
[세석대피소에서 출발한 지 약 1.2km 떨어진 가장 위험한 빙판길]
두툼한 얼음 옷을 껴입은 계곡의 물길이
그리운 내 꿈길마냥 참 맑다.
컵라면과 김밥으로 요기를 하는 일행을 만나서
"올라 가십니까?"
"아뇨."
"그러면, 세석에서 내려 오셨습니까?"
"아니요. 여기가 목적지입니다."
"ㅎㅎㅎ.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세석대피소를 향해 힘껏 오름을 하는
젊은 산꾼들에게
"빙판길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라는 당부를 한다.
[동장군의 위력에 포위된 가내소폭포]
[한 몸뚱아리였던 얼음덩이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신계곡의 명물로 새롭게 탄생한 다리의 웅장한 모습]
[겨우살이가 무더기로 피어 햇살에 졸고 있다.]
[빙산(氷山)이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다.]
투명한 여울 속에 조약돌 드러나듯
봄기운이 넘쳐나면 이 계곡도 제 모습을 드러내겠지
● 여미면서 ●
누구도 사랑의 모두를 꺼내 보여주지 않듯
내가 본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래도
너무 많은 아름다운 풍경에
내 눈이 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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